패스트트랙아시아는 2013년부터 남성 패션 브랜드인 스트라입스를 설립/투자하여 약 5년여간 운영해오면서, 설립단계부터 지금까지 여러 해외 패션 스타트업 모델들에 대해서 꾸준히 관찰하고 학습을 해왔습니다. 최근 스트라입스가 기존의 오프라인 방문상담 서비스에 추가로 만남이 필요하지 않은 반맞춤 바로구매 서비스를 런칭한 것도 꾸준한 학습이 영향을 미치기도 했는데요, 저희들의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주목할 만한 남성 패션 분야의 해외 스타트업 5곳을 선정해보았습니다.

 

1. Bonobos : ‘핏 (Fit)’

Bonobos는 2007년에 설립된 남성 패션 전문 스타트업입니다. 현재까지 Accel Partners / Forerunner Ventures, Lightspeed Venture Partners, Nordstrom 등으로부터 $127M 가량의 투자를 유치했고, 연 매출 1억달러를 이미 돌파했다고 알려진 규모 있는 매출을 내는 대표적인 패션 전문 전자상거래 스타트업입니다. 최근에는 Walmart로부터 약 $300M 내외의 회사가치로 매각이 된다는 뉴스가 나온적이 있었는데요, 그 경우에 패션 쪽에서는 흔치 않은 성공적 M&A 케이스로 기록이 될 것입니다.

Bonobos는 ‘Fit’을 가장 큰 가치로 내세웁니다. 특히 그들의 시작은 핏이 매우 좋은 면바지로 시작을 했었고 지금은 캐쥬얼 / 비즈니스 캐쥬얼 / 클래식 수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 구색을 갖추고 있습니다. Bonobos가 매우 독특했던 점은 시작 당시만 해도 니치 마켓이었던 성인 남성 고객들에 집중했다는 점인데요, 그 뒤로도 꾸준히 남성 패션 시장이라는 한 우물만 파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출처: Bonobos 구글이미지)

이들은 ‘Fit’에 대한 강점을 내세움과 동시에 이를 제공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다양한 사이즈를 내세웁니다. 이에 더 나아가 2011년부터는 Guide Shop이라는 오프라인 매장 40여곳을 미국 전역에 내기 시작하면서, 혹시 온라인 상에서 이 옷이 맞을지 안맞을지 걱정된다면 Guide Shop에 방문해서 입어보고 주문해라 – 라는 서비스를 고객에게 큰 강점으로 포지셔닝 시키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시작해서 오프라인으로 확장을 하고, 오프라인을 매출원이 아닌 경험의 장소로 만들었다는 점이 기존의 오프라인 리테일러들과의 차이점을 가져오는 부분입니다. 상품 또한 직접 및 제어 가능한 OEM을 통해 Bonobos만의 브랜드로 고객에게 판매되므로, 말 그대로 모든 Value Chain을 직접 다루는 full-stack direct-to-consumer fashion brand의 대표주자로 볼 수 있습니다.

 

2. Stitch Fix / Trunk Club : ‘큐레이션 (Curation)’

Stitch Fix와 Trunk Club은 많이 닮은 서비스입니다. 두 서비스 모두 고객들이 느끼는 선택의 혼란을 줄여주기 위해, 직접 고르지 말고 우리가 골라서 보내주겠다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Stitch Fix는 2011년 MBA 학생이 패션에 대한 background 없이 시작했습니다. 여성 대상으로 한 서비스로 시작되어 현재까지 불과 $42M 가량의 투자금만으로 이미 흑자로 전환하고 7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올해나 내년 정도에 IPO를 한다는 소식이 들려올 정도로 패션 분야에서 가장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최근 꼽힙니다. Stitch Fix는 고객들이 여러개의 문항으로 구성된 퀴즈를 풀면 해당 퀴즈 답변에 대한 분석을 통해 컴퓨터와 사람이 함께 추천 long-list와 short-list를 구성해서 일정 주기마다 고객에게 배송해줍니다. 일반 의류에서부터 악세사리까지를 모두 포괄하며, 외부 물품들을 위탁/사입을 통해 제공을 하다가 최근 자체 제조 상품의 비중을 늘려나가겠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출처: Stitch Fix 구글이미지)

Trunk Club은 반대로 남성에서 시작해서 여성으로 확장을 한 케이스입니다. 2009년에 시작해서 마찬가지로 불과 $13M의 투자금만을 가지고 비즈니스를 확장해나가다가 2014년에 Nordstrom 백화점에 약 4천억원에 매각이 되었습니다. 서비스의 구조는 Stitch Fix와 놀랍도록 비슷한데, 고객이 퀴즈를 풀고 나면 스타일리스트와의 상담 등을 통해 취향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일정 주기마다 패션과 악세사리 상품을 박스에 담아 배송해주는 서비스입니다. 현재도 Nordstrom 백화점 소속으로 서비스가 지속되고 있으며 여성 분야로도 서비스를 확장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Trunk Club의 창업자가 Bonobos 출신이라는 점인데, 역시 Bonobos라는 회사가 남성 패션 분야의 전자상거래 서비스에 있어서는 큰 이정표를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출처: Trunk Club구글이미지)

Stitch Fix의 경우에는 데이터 기반으로 한 추천 시스템을 많이 강조하고 있고, Trunk Club은 서비스 모델 자체의 참신성이 당시에 많이 주목을 받은 케이스로 약간의 차이점은 존재합니다.

 

3.Suit Supply : ‘사이즈 다양성 (Size)’

Suit Supply는 스타트업이라고 부르기에는 좀 오래된 회사로, 2000년에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패션 브랜드입니다. 2007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네덜란드 외의 지역으로 진출을 했으며 올해 삼성물산 패션부문과의 파트너쉽을 통해 청담동에 대형 매장을 내고 웹사이트의 한글 버전을 오픈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Suit Supply 홈페이지)

공개된 정보가 많지 않은 회사이며, 투자유치에 대한 정보도 존재하지 않습니다만 남성 패션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벤치마크의 대상으로 공부를 많이 하게 되는 훌륭한 회사이기도 합니다. Suit Supply의 Value Proposition은 굉장히 심플하지만 강력합니다. 정말 많은 종류의 원단을 정말 많은 종류의 사이즈로 제공합니다. 온라인 스토어에 특이한 UX가 존재하지도 않고, 오프라인 매장에 별도의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습니다. 눈에 띄는 마케팅 활동을 하지도 않으며, 온라인 채널을 공격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아닙니다.

어쩌면 Suit Supply는 한국에서 최근에 많이 주목받는, 동대문 기반의 소호 쇼핑몰로 시작해서 해외 SPA 브랜드들과 대적할 수 있는 수준으로 엄청나게 성장한 몇몇 회사들을 보는 것 같습니다. 단순하지만 강력한 가치에 집중하고, 이를 통해 별도의 마케팅 활동 없이도 고객들을 입소문으로 데려오며, 대규모 투자를 받아 요란하게 확장하는 것이 아닌 한발자국씩 차분하게 영토를 확장해나가고 있습니다. 2014년 인터뷰에서는 매출이 약 2,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4.J.Hilburn : ‘맞춤 (Custom)’

J.Hilburn은 커스텀 의류를 제작해주는 스타트업으로 2007년에 시작되었습니다. 시작은 단순한 남성 패션 분야의 온라인 편집샵처럼 시작했으나, 2010년대 중반부터 파트타임으로 고용된 스타일리스트들이 실제 고객들을 방문하여 신체 사이즈를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커스텀 의류를 제작해 판매하는 비즈니스로 전환되었습니다. 스트라입스와 매우 유사한 비즈니스를 뒤늦게 미국에서 시작한 셈인데요, 철저히 파트타임 스타일리스트들로 미국 전역에 약 2,000여명에 달하는 스타일리스트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는 점이 그 방식에 있어서의 차이점입니다.

(출처: J.Hilburn 홈페이지)

누적으로는 크지 않은 금액인 약 500억원 내외의 투자금을 유치했으며, 매출은 500억원이 넘어서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5.Everlane : ‘가격 투명성 (Price)’

Everlane은 가격이 설정된 방식에 대해 모든 것을 웹사이트에 투명하게 공개해버리는 방식으로 패션 시장에서 주목을 받은 회사입니다. 남녀 모두를 대상으로 하고 있긴 한데요, 2010년에 시작되어 100억도 채 되지 않는 투자금만을 가지고 현재까지 운영되고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고객들의 반응이 상당한 수준이라는 점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출처: Everlane 홈페이지)

Everlane도 마찬가지로 직접 제조한 의류를 판매하고 있는데, 원가를 원재료 / 기계 관련 감가상각 / 인건비 / 관세 / 배송비를 모든 상품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를 해놓았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들이 붙이는 마진 (Mark-up)도 공개가 되는 셈인데요, 상품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인 리테일러들이 원가 대비 약 4배 ~ 6배 가량의 가격을 책정하는데 반해 Everlane은 원가의 2배 가량의 가격을 책정하고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실제로는 상당히 고가의 제품이어야 하는데도 가격 경쟁력을 내세울 수 있게 되었는데, 물론 이러한 전략은 스스로의 마진을 희생한 셈이기 때문에 대형 패션 사업자 (Zara, Uniqlo)들과 같이 생산 / 물류 측면에서의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할 경우 꽤 오랫동안 낮은 수익성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반대로 이러한 전략이 다수 고객들의 반응을 얻고 더 나아가 하나의 브랜드로서 고객 신뢰를 획득하게 될 경우에는 현재의 전략을 큰 미래를 위한 그림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칸투칸이 Everlane과 마찬가지로 매 상품에 대한 마진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고, 설립 후 12년이 넘은 칸투칸은 2016년 548억 매출 / 21억 손실, 2015년 422억 매출 / 27억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출처: Strips 홈페이지)

남성 패션 시장의 경우에는 여성 시장과는 좀 다르게 디자인과 트렌디함을 무기로 내세우는 곳이 많지 않습니다.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에서 소리소문 없이 뛰어난 디자인과 머천다이징 역량을 바탕으로 큰 성과를 내는 숨겨진 보석 같은 회사들도 존재하겠습니다만, 시장에 변화를 일으키는 움직임은 남성 의류의 제한적인 디자인으로 인해 신체 그 자체에 대해 사이즈 관점에서 접근하는 방식과 구매 행동 및 프로세스 관점에서 귀찮음을 제거해주는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2번을 제외하고는 단순히 소싱해서 판매하는 것이 아닌, Vertically-integrated 된 직접 제조 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2번 조차도 직접 생산하는 비중을 늘리겠다고 선언한 이상 패션 시장에서 상품 그 자체의 중요성과 그 제조 방식에 대한 이해와 경쟁력은 시장에서 나름의 지위를 확고히 해나가는데 있어 기본 중에 기본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함께 들게 합니다. 위 회사들은 패션 대기업들과 비교하면 아직은 꼬꼬마 수준이기에, 향후 어떻게 성장해나갈 것인가 그리고 이들이 핵심 가치로 내세우는 것들이 남성 고객들의 패션에 대한 니즈와 Pain Points를 정확히 찌르고 있는 것인가, 그것이 절대 다수의 대중들에게도 소구되는 점들일까에 대해 시간을 갖고 지켜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지점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