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아시아를 시작한지 이제 7년이 되어갑니다. 지주회사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하는 회사들의 자금 조달을 해결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지난 7년간 제가 했던 일의 7할은 펀딩이었습니다. 일반적인 창업자들이 본인이 몸담고 있는 회사 1곳에 대해서만 펀딩을 하는데 반해, 저는 모든 파트너 회사들의 펀딩을 직접 다 진행하다보니 각기 다른 회사들의 각기 다른 스테이지의 펀딩을 정말 많이 진행했던 것 같습니다. 그간 진행했던 내역들을 정리해보니 다음과 같네요.

  • 패스트트랙아시아 : Seed, Series A, Series B
  • 패스트캠퍼스 : Series A, Series B
  • 패스트파이브 : Series A, Series B, Series C, Series D
  • 패스트인베스트먼트 : Seed 
  • 굿닥 : Seed
  • 퀸시 : Seed
  • 헬로네이처 : Series A, Series B
  • 푸드플라이 : Series A, Series B 
  • 스트라입스 : Series A, Series B

위에 언급된 건들은 펀딩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IR을 시작한 뒤에 모두 성공리에 마무리가 된 건들입니다. 물론, IR을 시작했지만 결국에는 자금조달에 실패한 경우도 3차례가 있었습니다. 즉, 총 21차례 펀딩에 나섰고, 그 중 18차례를 성공리에 마무리했습니다. 7년간 21차례 펀딩에 나섰으니, 매 4개월마다 한번씩 펀딩을 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보통 한번 IR을 나서면 최소 10~20곳의 미팅은 진행하므로, 미팅 했던 곳들을 중복 포함해서 세어본다면 약 300여곳과 미팅을 했었네요. 

정말 다양한 산업군의 다양한 스테이지 펀딩을 진행하다보니, 수없이 많은 질문을 받고,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투자자들과도 미팅을 했었는데, 사실 결과적으로 답해줘야 하는 질문은 5가지 밖에 없었습니다. 즉, 바꿔서 얘기한다면 창업자, 경영진에 대한 정성적인 판단과 질문을 제외한다면, 이 심플한 5가지에 대해서만 답을 주면 여러곳의 투자자들 중에 한두곳은 투자를 해주었습니다. 그 5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Market Size

시장 규모에 대해서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궁금해합니다. 물론, 스타트업의 제품과 서비스와 관련되어 있는 직접적인 시장 규모는 누군가가 집계해주지 않기 때문에 추정을 해야합니다. 여기서 사실 제일 재밌는 부분은 똑같이 시장 규모가 5,000억 규모라고 추정을 해서 숫자와 로직으로 설명을 해줘도, 어떤 이들/경우에는 작다고 생각하고 어떤 이들/경우에는 크다고 느낍니다. 즉, 시장 규모를 설명하는 과정에서는 규모의 절대적 크기나 숫자 도출 과정의 정확성이 아니라, 매력도를 설명하는 맥락이 중요했습니다. 시장의 매력도를 설명할 때 그 이야기의 첫 시작을 무엇으로 할 것이냐, 그 다음에 어떤 이야기로 넘어갈 것이냐와 같이 왜 이 시장이 매력적인지에 대해 뇌리에 남을 수 있는 포인트별로 연결해서 맥락을 구성해주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었습니다.

2. Scalability

지금 당장은 Scalability가 없어보이더라도, 나중에 Scalability가 나올 것 같은지를 설명해줘야 했습니다. 물론, 이 Scalability라는 것도 최근에는 인식이 많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최소한의 자본, 최소한의 노동력으로 최대한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중요시했고, 그에 따라 Incremental 매출을 만들어내는데 필요한 리소스가 얼마나 적은지가 그 비즈니스의 확장성을 표현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저금리에 돈이 넘치는 시장이다보니, 돈이 많이 들어가는 비즈니스인지 여부는 과거에 비해 덜 타이트한 기준으로 바라봅니다. 결국, 얼마나 큰 시장을 타겟할 수 있느냐에 따라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충분히 수용 가능하다는 인식들이 퍼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한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집약적인 비즈니스에 대한 비선호는 상당히 일관성 있게 유지되어 왔습니다. 인당 부가가치가 큰 비즈니스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Profitability

2번과 동일하게 지금 당장은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나중에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해줘야 합니다. 예전에는 무조건 재무제표상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가지고만 비즈니스의 구조를 설명해야 했다면, 최근에는 수익을 발생시키는 시기에 대해서도 필요하다면 좀 더 뒤로 미루고 시장 장악력을 높이는 과정 속에 있다는 점도 공헌이익의 개념을 통해 설명할 수 있고, 또 그러한 설명이 점점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물론, 아직도 공헌이익 개념에 대해 낯설어하는 투자자들이 더 많습니다) 매출에 따른 직접적 변동비의 비중이 크지 않고, 또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고정비가 매출에 비례해서 증가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기 쉽게 구조화해서 설명한다면, 수익성에 대한 질문을 효과적으로 답변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4. Competition

사실, 답이 없는 질문인데 반드시 받았던 질문입니다. 기술이나 특허로 설명할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그게 있다고 하더라도 회사의 경쟁우위는 특정 기술이나 특허로 방어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에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 질문은 경쟁상황에 대한 경영진의 인식과 그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어한다는 것으로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질문에 대한 답이 반드시, 지금 우리가 경쟁우위를 확고하게 보유하고 있다고 끝나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그럴 확률도 별로 없습니다) 다만, 경쟁상황에 대해 얼마나 현실적으로 이해하고 있고, 시장 내 정보를 최대한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으며, 지금은 일부 격차만 존재하더라도 추후에 이 격차가 줄어들지 않고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해주는 것 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대부분 경쟁우위는 전략이나 도표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적혀있는 그 전략을 어떤 사람이 실행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에, 사실 IR 과정에 걸쳐서 반드시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서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느껴지는 경영진에 대한 신뢰도가, 이 답변이 얼마나 믿어지는가를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5. Exit

4번과는 반대로, 이 질문에 대해서는 모범답안이 있다고 봅니다. 중장기적으로 IPO를 추진할 것인데, 그 과정에서 좋은 M&A 제안이 있다면 주주들과 충분히 협의해서 결정하겠다 – 가 바로 그것입니다. 남의 돈을 받으러 가는 자리에서, 나는 Exit에 관심이 없다던지, IPO할 생각은 없다던지, M&A는 절대 안할거다… 와 같은 답변을 할 수는 없습니다. 또, 실제로도 경영진이 고려해야 하는 당연한 루트이기도 합니다. 물론, Seed, Series A 단계에서는 Exit에 대해 질문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Series B 이후의 투자자들은 Exit의 feasibility에 대한 고민을 스스로도 많이 합니다. 특히, 한국에서 큰 규모의 M&A가 자주 발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valuation이 형성되면 창업자나 경영진이 M&A에 대해 이야기해도 그 가능성을 낮다고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최근 일련의 M&A를 보면 전혀 그렇지는 않습니다. 국내, 해외, PE 등으로의 큰 밸류 매각이 계속 더 자주 발생하고 있죠). 따라서, 모범답안을 기초로 하되, 유관 M&A 사례에 대한 조사와 최근 등장하고 있는 다양한 IPO 방식에 대한 관심이 후속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필요로 한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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