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속옷과 립스틱은 ‘감당할만한 럭셔리’ 제품군으로 꼽힙니다. 이 제품군은 어떤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내 안목이나 품격을 드러낼 수 있지만 어느 정도는 감당하고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죠. 경기와 상관없이 ‘작은 사치’를 누리려는 여성들에게 두 가지 상품군은 아주 인기가 높은 편입니다.

립스틱하면 여러개 브랜드가 동시에 떠오르는데, 여성 속옷회사 중에 여성들이 열광하며 감당할만한 럭셔리 상품이라 여기는 브랜드는 어디가 있을까요? 이번에는 여성의 욕망을 빠르게 읽고 성공 가도를 달리는 외국의 대표적인 여성 속옷 회사 두 곳을 소개하고자합니다.

빅토리아시크릿

빅토리아시크릿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1977년 시작했습니다. 로이 레이먼드라는 남성이 아내를 위한 란제리를 사러 속옷 가게에 들어갈 때마다 부끄럽고 죄짓는 기분이 들었던 것을 조금 바꿔보고자 시작한 사업인데요. 남자들이 눈치 보지 않아도 되고, 보다 편안하게 쇼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라는 취지였습니다. 남성이 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여성 속옷 오프라인 샵을 만들었던 것이죠. 애초에 빅토리아시크릿은 남성들의 취향을 반영한 속옷들이 주를 이뤘습니다. 공간 디자인 역시 현재의 화려한 분위기와는 달리 나무 등을 활용해 점잖게 꾸몄습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성공을 거둬서 첫 해에 50만 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빅토리아시크릿 초창기, 남성 취향 위주 컨셉에서 1982년 이후 완전히 달라진 컨셉(사진=코스모폴리탄US)

하지만 5년 뒤 매출이 뚝뚝 떨어지면서 파산 직전 위기를 맞는데요, 이 때 1982년 Limited Brands(현 L Brands)에 100만 달러로 매각합니다. 그 때부터 빅토리아 시크릿은 180도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2년 뒤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5억 달러로 점프했는데요. 레슬리 웩스너 (Leslie Wexner)는 이 때 빅토리아 시크릿을 인수하고는 속옷에 대한 선입견을 깨기 시작했습니다. 즉 이 때부터 속옷에 ‘패션’ 개념을 도입한 것이죠. 여성의 관능미와 성적 매력은 남성이 판단하는 것이 아닌 여성이 스스로 판단하는 것. 여성이 자신감과 존재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제품에 욕망을 녹여내기 시작했습니다.

레슬리 웩스너의 빅토리아시크릿은 럭셔리와 섹시함을 컨셉으로 내세웠습니다. 그 당시 여성들이 남성들로부터 경제적으로 조금씩 독립하기 시작하고, 자신만의 매력을 어필하고 싶어하던 시대 흐름과도 맞아 떨어졌는데요. 이 때 패션 잡지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빅토리아시크릿 모델 ‘엔젤’을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합니다.

지젤 번천, 나오미 캠벨, 미란다 커 등 최고의 모델들이 빅토리아시크릿 엔젤 출신이기도 하죠. 섹시미를 끊임없이 창조하고 분별력을 지닌 도시여성.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이 입는 란제리라는 컨셉으로 제품 개발, 마케팅, 매장 공간 디자인, 모델 선정 등에 일관되게 적용했습니다. 특히 봉제선 없는 심리스 디자인 ‘바디바이 빅토리아’는 다른 회사 제품보다 두 배 이상 비싸지만 소비자의 반복구매는 계속됐습니다.

현재 빅토리아 시크릿은 2016년 기준 매출 8조 7천억, 영업이익 1조 3천억원의 수준으로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빅토리아시크릿의 모회사 엘브랜즈의 CEO 레슬리 웩스너는 2016년 2월 기준 순자산 72억달러로 랄프 로렌을 제치고 미국 패션계 1위 부호로 이름을 올리기도했지요. 엘브랜즈는 빅토리아시크릿을 비롯해 배스앤바디웍스(Bath & Body Works) 등을 자회사로 둔 회사입니다.

하지만 빅토리아시크릿은 미국 최대 여성 속옷 브랜드로 성장한 뒤에도 브래지어, 팬티만으로 속옷 브랜드 간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은 힘들다고 판단하고,  바디용품, 향수, 스킨케어, 의류 품목까지 하위 제품들을 출시하면서 사업영역을 확장했습니다. 현재 빅토리아시크릿은 세계 10여 개국 1만 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빅토리아시크릿은 ‘역사는 짧지만 마케팅 성공은 그 어떤 브랜드도 흉내낼 수 없을 정도다.’라고 할 정도로 마케팅이 강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데요.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빅토리아시크릿은  1995년부터 빅토리아시크릿의 모델 ‘엔젤’들이 등장하는 ‘빅토리아시크릿 패션쇼’를 매년 연말에 개최했습니다. 황금 시간대에 TV 방영까지 했는데요. 패션쇼 자체를 브랜드화 시킨 빅토리아시크릿은 외설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았지만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빅토리아시크릿 패션쇼를 최고/최대의 비즈니스라고 소개하며 총 약 1200만 달러(약 145억 원)의 패션쇼 개최 비용 구조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보통 패션쇼를 개최하는데 평균적으로 20만달러, 많게는 100만 달러 정도 드는 것에 비하면 수십배 규모의 매우 화려한 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제 여기에는 내로라하는 톱모델과 셀러브리티들이 총출동합니다.

빅토리아시크릿은 사이즈도 다양하고, 디자인도 다양합니다. 레이스로된 티팬티부터 펑퍼짐한 팬티까지 여성들의 서로 다른 취향을 모두 공략하고자했습니다. 빅토리아시크릿 내 ‘핑크’라는 브랜드를 통해 10대 취향까지 공략하고 있는 빅토리아시크릿은 지난해 비즈니스인사이더에서 발표한 밀레니얼 세대가 사랑하는 100개 브랜드 중 애플, 아마존에 이어 10위에 랭크돼 현재까지도 쟁쟁한 저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팽스

스팽스는 여성들의 욕망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는 회사입니다. 속옷 패턴 자체의 디자인 보다는 여성의 전체 바디라인에 집중하고있는 회사인데요. 옷을 입었을 때 몸매가 정돈돼보일 수 있도록,  속옷의 몸매 보정과 기능성을 파고들어 대중화한 회사입니다.

스팽스 창업자 사라 블레이클리는 파티 의상을 완벽하게 뒷받침해줄 속옷이 없어서 팬티 스타킹의 발목 부분을 가위로 잘라 입곤하던 자신의 습관을 제품으로 만들어내면서 기능성 속옷 사업에 뛰어 들었습니다.

2000년 기능성 속옷 사업에 뛰어든 사라 블레이클리는 2년 간 수 백번의 착용 테스트와 제품 개발에 힘을 쏟았습니다. 여기에 소비자들의 ‘가치소비’ 경향이 더욱 뚜렷해지면서 3년만에 1억 달러 매출을 달성하고 2012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 90명에 선정돼 이름을 올렸습니다.

현재 스팽스는 캐니다, 영국, 호주, 싱가포르 등 전세계 40여 개 국에 진출해 보정 속옷 부문에서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스팽스는 시상식 드레스 입기 전 필수템이 됐다고한다(사진=스팽스 ‘Celebrities who love Spanx’ slide)

헐리웃스타들이 사랑하는 필수 아이템으로 잘 알려진 스팽스는 오프라 윈프리가 자신의 쇼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아이템이라고 스팽스를 소개하며 미국 전역 여성들의 지갑을 열게했는데요. 그 뿐만아니라 제시카 알바는 영화 판타스틱 4 촬영 내내 스팽스를 입었던 것을 이야기하며 군살을 흔적도 없이 처리해주는 건 스팽스 뿐이라며 특별한 애정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뜻하지 않게 종종 등장하는 파파라치 컷, 시상식 때 여배우들이 벤에서 내리는 순간, 무대에서 바람이 불 때, 인터뷰 자리 등에서 조금씩 보이는 스팽스 제품들은 미국 여성들을 스팽스에 더욱 빠져들도록 만들었습니다. 스팽스는 특히 비포&에프터 대비가 명확하다는 강점을 활용해 영상으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아직 국내에서는 이같은 방식으로 치고 나가는 회사를 만나기 어려웠습니다. 여성 속옷회사 소울부스터는 이러한 배경에서 시작했는데요. 소울부스터는 사이즈보다 모양에 집중해서 데이터로 접근합니다. 약 850억여 개의 데이터 셋으로 여성들의 체형을 진단하고, 체형에 맞는, 원하는 이미지로의 연출을 돕기위한 속옷을 만들어 여성들의 자존감을 높이고자 했는데요.

소울부스터는 체형, 속옷, 겉옷의 3가지 요소가 결합한 지점에서 스타일이 결정된다고 보고, 속옷을 스타일의 시작이자 체형의 보완지점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단순 몸을 가리는 용도의 속옷이 1세대, 그리고 속옷을 패션 개념으로 가져온 빅토리아시크릿이 2세대 라면, 소울부스터는 속옷의 기능에 집중하는 3세대 회사가 되고자 한 것이죠.

이러한 발상의 기저에는 속옷만 입은 모습만 보여주는 시간보다, 그 위에 옷을 입고 있는 시간이 훨씬 더 많다는 것에서 시작됐습니다. 그러니 속옷의 디자인과 색깔보다는 그 역할에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죠.  자신이 연출하고 싶은 모습에 따라 속옷도 달라져야한다는 것입니다.

여리여리한 원피스나 블라우스를 입을 때와 딱 붙는 니트를 입을 때의 속옷은 달라야한다고 보고, 특정 부위만 부각하는 것보다는 전신에서 느껴지는 몸의 룩앤필을 고려해서 몸에 딱 맞는 속옷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여성들의 자존감을 더 끌어올리겠다는 것이죠.
소울부스터는 변화한 시대, 여성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공부하며 여성 속옷 시장의 지형을 바꾸려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