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조이스(http://www.heyjoyce.com)에 투자를 했습니다. (컨소시엄을 구성해 투자를 했는데, 상세한 내용은 추후에 다시 밝히기로 하구요) 이 투자를 통해 개인적으로는 Seed 레벨의 투자를 할 때 잊어버리면 안되는 스스로의 자세와 원칙을 다시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한번 설명해보고자 합니다.  

헤이조이스는 일하는 여자들의 프라이빗 멤버십 클럽으로, 전 디캠프 센터장 / 제일기획 상무셨던 이나리 대표님이 새롭게 창업한 회사입니다. 회사의 지향점에서 볼 수 있듯이 여성들을 주 고객으로 하고, 여성들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제가 투자담당이라고 해도 헤이조이스의 메인 라운지는 이용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즉, 제 입장에서는 제가 주 고객도 아니고, 앞으로도 주 고객층이 아닌 (& 될 수 없는) 스타트업에 투자를 한 셈입니다. 언뜻 보기엔 별로 특별해보이지 않지만, 일반적인 벤처캐피탈에서는 잘 일어나지 않는 일입니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자신들의 전문 분야가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내 전공이 무엇이기 때문에, 내 이전 직장경력이 무엇이기 때문에 – 해당 분야에 주로 투자를 하게 됩니다. 또한, 많은 벤처캐피탈에서 일하는 심사역들이 자신들이 생각하는 좋은 투자건을 회사 내 투자심의위원회에 올렸을 때, 꽤 많은 투심위원들로부터 ‘내가 해당 서비스의 타겟 고객인데 난 안쓸거 같은데?’ – 라는 한두마디에 투자건이 부결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 두 가지 현상은 사실 next big thing을 노려야 하는 벤처캐피탈리스트 입장에서는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저는 개인적으로 느끼고 생각해왔습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원래 안될 이유가 될 이유보다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통념만으로 바라본다면, 다음 세대를 정의할 수 있는 포텐셜(Potential)을 가진 회사를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또한, 내가 해당 분야를 좀 안다고 인식하는 순간, 겸손한 태도를 잃기 쉽고 또 창업자들을 가르치려 들기 십상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이렇게 되면 정말 뛰어난 창업자들은 이런 태도를 가지고 있는 투자자들과는 함께 일하고 싶지 않을 것이고, deal flow는 황폐해질 것입니다. 내가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투자한다는 것과 특정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열심히 공부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그 차이를 구분하고 겸손함을 유지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나는 안 쓸거 같은데?’라는 말은 더욱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나는 안쓰지만 수십만, 수백만의 사람들이 쓰고 있는 서비스나 제품이 너무도 많기 때문입니다. 내가 특정 타겟의 다수 대중을 항상 대표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반드시 인지해야지만,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투자건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나 빼고 다 쓰는 서비스를 내가 안쓴다는 이유만으로 투자하지 않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또 있을까요? 따라서 벤처캐피탈리스트는 언제나 다수 대중의 평균적인 시각과 취향을 균형있게 바라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특정 타겟의 유의미한 수준의 행태나 움직임에 대해서도 면밀히 관찰하고, 이해할 수는 없어도 인정할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전 네이버 이람 대표는 과거 네이버 정체기때 문제점에 대해서 ‘20대가 쓸 서비스를 30대가 기획하고 40대가 컨펌하니까 안된다’고 얘기하기도 했고, 스냅챗의 Series A 투자를 리드했던 미국 벤처캐피탈리스트는 자신의 딸과 딸의 친구들이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여서 투자했고 또 스냅챗 성공을 계기로 그들의 일상을 면밀히 관찰한다고 여러차례 밝히기도 했습니다.

저 또한 과거 벤처캐피탈리스트로 일할 때 ‘나는 안쓸거 같은데?’라는 피드백을 들을 때면 ‘아마 당신 빼고는 다 쓸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투자한 회사들 몇 개가 잘되다보니 내가 그 분야에 대해서 좀 안다고 생각해서, 그 순간부터 나도 모르게 자만에 빠져서 조 단위 회사가치가 된 유망 스타트업 투자를 한칼에 drop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패스트인베스트먼트에서 벤처투자를 하게 되면 이런 부분들은 꼭 유념하고 기억해서 두번 다시 되풀이하면 안되겠다고 생각했고, 공교롭게도 그것을 가장 잘 보여준 케이스가 이번 헤이조이스 투자건이 아닐까 싶습니다. 투자는 그 분야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가장 잘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끊임없는 관찰, 공부, 섣부른 이해보다는 다른 영역/시장/생각/사람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태도, 그리고 다수 대중의 평균적인 관점을 균형감 있게 유지할 수 있느냐 – 여부가 성공적인 투자자로 성장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들이라고 느낍니다.

작년부터 여러 경로를 통해 느끼고, 또 보면서 여성들을 하나의 잠재 시장으로 정의하고 이들의 꽤 보편적 니즈를 해소시켜 줄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면 상당히 큰 회사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사실 저는 여자가 아니기에, 여성들의 니즈를 마음속 깊이 이해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최대한 다수의 여성들이 느끼고 있는 큰 니즈에 대해서 열심히 관찰하고 고민하면서 헤이조이스가 지향하는 바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대해서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투자한 회사의 성공 여부를 떠나, 적어도 투자검토 및 의사결정 과정에서 하면 안 되겠다는 실수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스스로 약간의 뿌듯함을 느끼기에 (^^;) 한번쯤 정리해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