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겨울이 지나 이제 봄이오고,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괜히 설레는 마음에 우리는 옷장 정리를 시작합니다. 정리를 하면 막상 입을 옷이 없어서 다시 쇼핑을 결심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쇼핑, ‘그냥 마음에 드는 옷 산다’를 두 세 번 되짚어 생각해보면 옷을 보고, 괜찮다고 생각하고, 구매까지 이르는 과정 속에는 온오프라인 채널을 막론하고 꽤 여러가지 생각들이 뒤엉켜 작용합니다.

이 다양한 생각들을 날을 세워 분류해보면, 고객 관점에서 생각해봤을 때 옷을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한 판단 요소는 세가지 정도로 나뉩니다. 1) 디자인, 2) 소재/원단, 3) 핏  정도가 될 텐데요. 오늘은 각 영역별 역량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려 엄청난 퍼포먼스를 내고 있는 회사들을 소개하고자합니다.

  • 디자인: 자라(ZARA)

자라는 반응 생산 시스템으로 디자인을 극단까지 끌어올린 회사입니다. SPA 브랜드 자라는 아만시오 오르테가 회장이 설립한 인디텍스 사의 대표적인 패션 브랜드인데요. 자라는 다양한 상품을 생산해 시장에 공급하고, 시장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관찰해서 잘팔리는 상품은 바로 재주문하는 방식으로 소비자 기호에 대응합니다. 자라는 일주일에 두번 출시하는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되 각 매장별로 제한된 수량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연간 1,200여개 스타일 생산, 각 스타일별 5~6개의 색상과 5~7개의 사이즈를 만들고 있는 자라

자라에는 약 천여명의 디자이너가 상주하고 있는데요, 한 명당 연평균 60여개의 상품을 디자인합니다. 자라의 각 매장 매니저는 일주일에 두번 정도씩 본사에 주문을 넣는데, 본사 매장 스페셜리스트는 이들의 주문정보와 매장에서 수집하는 고객의 성향을 분석해 디자이너에게 제공합니다. 디자이너는 이렇게 취합된 정보를 토대로 상품을 만듭니다. 이렇게 출시된 상품은 2주 사이클을 탑니다. 디자인 확정 후 생산량을 예측해 물류업무가 시작되는 다른 패션회사와는 정반대의 행보인 셈입니다.

자라는 이러한 방식으로 연간 약 1만 2천개의 스타일을 생산합니다. 게다가 여기에 각 스타일별로 5~6개의 색상과 5~7개의 사이즈를 만들고 있는데요. 자라의 모회사 인디텍스(Inditex)가 발표한 2017년 1월말 기준 회계연도 연결매출은 전년도에 비해 12% 늘어난 233억유로(약 28조4천억원), 영업이익은 9% 증가한 40억유로를 기록했습니다. 참고로 자라의 모회사 인디텍스(Inditex)의 시총은 978억 유로로, 한화 약 118조 원 정도 됩니다.

  • 소재/원단: 유니클로

유니클로는 소재와 원단을 극단까지 혁신한 사례로 소개하기에 좋은 회사입니다. 유니클로는 야나이다다시 회장을 일본 1위이자 글로벌 57위 부자로 만들어준 글로벌 패스트패션 브랜드인데요. 의류의 제품 기획, 생산, 물류, 판매를 일괄적으로 담당하는 제조 소매업 회사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일본의 하이테크 탄소섬유기업 도레이(Toray)와 손잡고 의류 영역에서 해볼만한 다양한 상상들을 소재와 원단으로 현실화했다는 점인데요. 가볍고 따뜻하고 저렴한 히트텍을 선보이면서 전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난방 열사로 알려진 김부선씨가 한 번 더 화제를 만들었다.(사진=유니클로)

게다가 아사히 카세이(Asahi Kasei)와 함께 머리카락 1/12정도 굵기의 극세사 섬유를 활용한 ‘에어리즘(AIRism)’을 출시하면서 지난해 기준으로 일본 837개, 해외 958개의 매장을 운영하면서 글로벌에서 더욱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유니클로의 주식을 100%소유하고 있는 지주회사 패스트 리테일링은 2015~2016 매출을 1조 7864억 엔, 순이익 480억엔이라고 발표했는데요. 지난 해 일본내 사업이 저조했음에도 이정도의 저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현재 시총은 3조 8,200억 엔, 한화 약 38조원 정도 됩니다.

  •  핏: 보노보스, 제이힐번, 트렁크클럽, 수트서플라이, 그리고 스트라입스.

이제 남아 있는 요소는 ‘핏’인데요. 핏은 똑같은 셔츠를 입더라도 내 몸에 잘 맞게 입는 것과 아닌 것이 고객 만족도에 큰 차이를 준다는 것인데, 이 분야는 아직 전세계를 평정한 최강자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국내외 다양한 플레이어들은 ‘핏’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들을 바탕으로 고객의 ‘핏’을 잡기 위해 전세계적인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Bonobos (사이즈 다변화 + Guideshop + Chat 상담)

남성복 전문 온라인 쇼핑몰 보노보스는 소비자가 직접 옷을 입어볼 수 있는 오프라인 체험 공간인 ‘보노보스 가이드숍’을 설치해 쇼루밍을 활용했습다. 평소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옷을 고르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남성 소비자들을 위해 의류 코디 전문가를 배치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보노보스 가이드 숍에서는 옷을 구입할 수 없으며 소비자가 마음에 드는 옷을 보노보스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가이드숍을 통해 단순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 아닌 고객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새로운 공간 개념으로 리포지셔닝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J.Hilburn (파트타임 스타일리스트 조직)

제이힐번은 댈러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남성 커스텀 패션 회사인데요. 2007년부터 핏에 대한 흔들림없는 철학을 가지고 남성용 맞춤 셔츠를 거의 11년째 만들고 있습니다(기성복도 조금씩 판매하고는 있습니다.). 제이힐번은 판매 수수료만 받고 주문을 받아 제품을 판매하는 3,000명의 스타일리스트 덕분에 소매 업체를 거치지 않고 공장에서 직접 구매한 원단으로 자체 생산을 하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고품질의 맞춤 셔츠를 일반 백화점이나 부티크 판매가의 절반 가격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Trunk Club (온라인 퀴즈를 통한 추천)

트렁크클럽은 상담을 통해 취향과 용도를 이야기 하면 전용 스타일리스트가 고른 옷가지와 구두가 트렁크에 담겨 집으로 배송되는 아이디어 입니다. 상담도 전화, 이메일, 문자메시지, 아이폰 앱, 웹사이트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루어지는데요. 주문 후 5~7일쯤 뒤에 트렁크가 도착합니다. 그 안에는 스타일리스트가 고른 8가지 정도의 아이템이 담겨 있습니다. 입어보고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열흘 내에 골라 갖고 대금을 지불하면됩니다. 사고 싶지 않은 것은 돌려보내고,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 다면 트렁크째 모두 돌려 보내도 됩니다. 4명으로 시작한 소규모 회사였지만 독특한 컨셉이 많은 남성들에게 어필해 현재는 250명의 스타일리스트를 포함해서 직원 수가 500명이 넘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 트렁크 클럽은 미국 270여 개 매장을 가진 하이엔드 백화점 체인 노드스트롬이 인수가 3억 5000만 달러에 인수했는데요. 인수한 이후에도 트렁크 클럽 본사를 계속 시카고에 두고 현재의 경영진으로 운영하며 앞으로도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두었습니다. 이후 노드스트롬 백화점의 모든 브랜드들은 트렁크클럽을 통해 재유통되고 있습니다.

Suit Supply (극단적 사이즈 다변화)

수트 서플라이는 ‘수트계의 이케아’로 불리는 네덜란드의 남성 정장 브랜드인데요. 현재 삼성물산이 판권을 따내 운영하고 있습니다. 수트 서플라이는 최고급 이태리 원단만을 사용한 유러피안 스타일링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보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데요, 수트서플라이의 철학은 테일러링을 바탕으로 모든 사람에게 잘 맞는 실루엣을 선사하는 것입니다. 다양한 원단과 색상, 스타일을 고루 섞어 세트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사이즈를 30여 개로 세분화했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매장에는 다양한 컬렉션 수트, 캐주얼 의류, 이브닝 웨어, 프라이빗 쇼핑룸 등이 갖춰져 있고, 전문 재단사가 상주해 고객들의 제품 구매 후 기다리는 동안 체형별 수선 및 맞춤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STRIPES (찾아가는 스타일리스트+사이즈 다변화 -> !!! )

남성 커스텀 패션 브랜드 스트라입스는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서 ‘핏’에 집중한 비즈니스를 영위하고 있는데요. 지금까지는 누적된 신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이즈를 다변화하고, 스타일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일리스트 조직을 운영하면서 남성 패션 분야에서 혁신의 바람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스트라입스는 단순히 맞춤정장의 온라인화가 아니라 세상 남자들의 70%이상은 기성브랜드의 옷이 맞지 않는데, 사람들이 자신을 탓하며 옷에 몸을 맞추려고 하는 현상에 주목했습니다.
사람들이 더이상 S,M,L 중 하나의 사이즈에 자신의 몸을 구겨 넣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위해 스트라입스는 요즘 고객 니즈에 맞춘 대대적인 업그레이드를 준비하느라 바쁜데요, 4월이면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