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PwC가 지난해 발표한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의 52%는 휴일에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에 상당한 지출을 하고있었습니다. 그에 반해, Macy’s나 Nordstrom과 같은 잘 알려진 미국 백화점들이 휴일에 매출이 더 감소했다는 기사는 워싱턴포스트나 포춘 기사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즉 이제는 소비자들이 쉴 때 캐시미어 스웨터나 가죽 핸드백을 구매하는 것보다, 해변으로 떠나는 휴가, 저녁 외식, 콘서트 등에 더 쉽게 지갑을 열게 됐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소비 현상과 함께 주목할 만한 점은 지금과 같은 온라인 시대에 오프라인 공간을 재해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라이프스타일적인 변화입니다. 사람들은 모든 것을 온라인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온라인이 오프라인의 모든 것을 잠식할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온라인 시대가 도래한 지금. 이제는 사람들이 거꾸로 오프라인 공간에 대해서 새로운 정의를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맞춰 오프라인 공간을 빠르게 재조명하고 여기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낸 혁신적인 회사들을 소개하고자합니다.

스타벅스

스타벅스는 공간을 통해 스타벅스만의 문화를 함께 제공하는 대표적인 기업입니다. 스타벅스는 입사한 직원들에게 스타벅스의 가장 큰 목표는 ‘제 3의 공간’을 창출하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공간을 통한 가치 제공에 집중하는 기업입데요. 스타벅스는 커피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그 변화에 집중했습니다. 스타벅스가 발견한 사람들의 욕구는,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하면서 커피는 단순 카페인이 든 음료로서뿐만 아니라 품위와 문화까지 함께 담겨 작동하기를 바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 스타벅스는 커피의 기능도 기능이지만 활용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고객 이미지, 고객 이익, 입지 이미지, 고객 서비스, 고객 시나리오, 목표 컨셉 등을 아주 구체적으로 비주얼라이징 했습니다. 이를 통해 공간을 연출할 때 제품을 이용하는 상황을 만들고, 그 상황에서 공간을 통해 스토리를 엮어낼 수 있도록 연출한 것이지요. 이 과정에서는 고객의 경험을 가장 중심에 두고, 그 경험들을 모아 자연스럽게 입소문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포인트를 만들어내는 것에 주력했습니다. 스타벅스 매장에서 파는 것은 단순 커피가 아니라 커피, 서비스를 아우르는 ‘쾌적한 경험’ 이상이라는 의미입니다.

스타벅스가 타겟을 철저하게 연구했다는 점은 공간의 다양한 디테일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선 전체적인 공간 디자인은 본사에 소속된 2,000여 명의 디자이너가 직접하지만, 각 도시의 특정한 이미지를 먼저 연구한 뒤에 해당 도시에 적합한 디자인을 만듭니다. 또한 디지털 세대에 대한 고려를 놓치지 않아 HP와 제휴해서 무선 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디지털 장비의 기본 요소 충전을 위한 콘센트를 매 좌석마다 배치해 놓은 것도 이 같은 타겟 분석의 결과입니다. 그 결과 사람들은 초록 로고를 보는 순간 스타벅스의 쾌적한 인테리어와 분위기를 떠올리게 되었고, 이는 공유 오피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워크의 강력한 경쟁 상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츠타야

츠타야는 <<지적자본론>>으로 잘 알려진 마스다 무네아키가 1983년 처음 오픈한 서점인데요. 시작할 때 부터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집중했습니다. 1호점은 책, 비디오, 음반을 빌려주는 대여점 형태였는데요. 이 세가지 카테고리로 시작한 것에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그들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찾기를 바랐던 마스다 무네아키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무네아키는 각자가 라이프스타일을 찾기 위해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는 샘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요. 책, 영화, 음악이 샘플을 발견할 수 있는 대상이 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대여점을 단순히 매출을 늘리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읽고, 고객 관점에서 고객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획’을 한 것입니다.

츠타야는 건물부터 독특합니다. 츠타야 티사이트는 총 세 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설계 할 때 각 건물의 가장자리 위치를 어긋나게 배치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휴먼스케일을 기준으로 삼았는데요. 휴먼스케일은 사람의 체격을 기준으로 하는 척도로, 사람의 자세, 동작, 감각에 입각한 단위입니다. 공간에 있을 때 너무 넓어서 불안해하지 않도록, 너무 좁아서 불쾌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도록 건물과 건물 사이의 공간, 건물 내부를 구성하는 공간 등에 이같은 요소를 녹여냈습니다.

츠타야의 핵심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서가에는 소설, 시, 에세이 등 책의 형식에 따른 분류가 아니라, 여행, 음식과 요리, 인문과 문학, 디자인과 건축, 자동차 등 관심사를 기준으로 구분을 하고 각 영역 내에서도 공통 내용이 있는 책끼리 모여있습니다. 이 역시 마스다 무네아키의 깊은 고민이 반영된 것인데요. 무네아키는 그의 또 다른 책 <<라이프스타일을 팔다>>를 통해 지금 시대를 소비사회의 3rd stage로 정의내렸습니다. 1st stage는 물건이 부족해서 어떤 상품이든 성능만 좋으면 구매하는 시기, 2nd stage는 여전히 제품의 성능도 중요하지만 고객 접근성이 높은 입지가 중요한 시기, 마지막으로 3rd stage는 물건도 넘치고 구매할 수 있는 채널도 넘쳐서 삶의 가치를 높여주고 고객들의 선택을 돕는 제안 능력이 주요 경쟁력이 되는 시기로 봤습니다. 그래서 츠타야는 상품 분야별로 이 제안을 서비스화한 전문 인력을 고용했습니다. 이들을 ‘컨시어지’라고 부르는데요, 이들은 각 분야별 전문가 출신으로, 고객의 취향에 맞는 책이나 음악, 영화를 추천해줍니다. 소유의 경제는 서서히 경험의 경제로 진화하고, 그 경험의 경계를 이끄는 주체는 자본이 아니라 누군가가지닌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주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츠타야는 여기에 대한 아이디어가 세상에 공개되자마자 전국에서 프랜차이즈 요청이 들어와 지점 확장을 위해 CCC(Culture Convenience Club)을 설립합니다. 이후 홋카이도 하코다테시, 오사카 우메다에 지점을 확장하고, 다케오 시립 도서관 리모델링 및 민간 운영을 맡으면서 도서관 공간 혁신을 통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가전제품 영역에 진출해 하드웨어를 통한 라이프스타일 제안을 시도하고있습니다.

 

룰루레몬

룰루레몬은 공간을 통한 경험 제공에서 조금 더 확장해 커뮤니티를 만드는 방식으로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있었습니다. 룰루레몬은 ‘요가복의 샤넬’로 알려진 에슬레저(Atheletic+Leisure)룩 브랜드입니다. 룰루레몬은 미국 나스닥 증시에 2007년 상장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스포츠웨어 붐을 일으켜 미국 뉴욕 여성들을 요가복 바람으로 외출하게한 주인공인데요. 요가복의 샤넬이라고 알려진만큼 최고급 소재를 사용해 다소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고, 헐리우드 스타들이 입는 스포츠웨어로 유명세를 탔으니 매장 역시 매우 화려할 것 같지만 정 반대입니다.

룰루레몬의 매장은 굉장히 친밀하고 아기자기하며 인터랙티브한 느낌을 줍니다. 룰루레몬은 요가복을 판매하는 것 외에 매장을 매개로한 문화적 커뮤니티를 만들어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룰루레몬의 점원은 단순 세일즈만 담당하지 않습니다. 전문 요가 강사 혹은 요가 관련 업계 전문가를 룰루레몬의 점원으로 채용하면서 매장을 방문한 고객과 실질적으로 운동에 대한 대화를 나눌 수 있고 , 심지어 공간에서 바로 강습도 받을 수 있습니다.

룰루레몬 매장은 종종 강습장으로 변신하는데요. 정기적으로 대대적인 요가 클래스를 열고, 점원들(실제 요가 강사)이 직접 기획, 진행하는 애슬레저 행사들을 종종 개최합니다. 룰루레몬은 이러한 방식으로 경험 제공을 넘어서서 자연스럽게 고객과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패스트파이브

마지막으로 소개할 패스트파이브는 일하는 공간과 문화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렸습니다. 패스트파이브는 30인 정도 규모까지의 중 소규모 기업에게 사무 공간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인데요. 직접 가 보면 우리가 사무 공간을 떠올렸을 때  머리 속에 그려지는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른 공간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들어서자마자 재즈 선율이 흐르고, 스낵바에는 커피와 수제 맥주가 비치되어있으며 탁 트인 전망과 안락한 소파들이 편안한 느낌을 줍니다. 여기에는 서로 다른 회사의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기도하고, 어떤 사람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어떤 사람은 시원한 전망을 보며 일에 빠져들기도합니다.

패스트파이브의 이같은 풍경은 일과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패스트파이브만의 관점이 그대로 녹아들어간 것인데요. 패스트파이브는  일하는 공간이 사람들 삶의 전반적인 만족도에 주요한 영향을 준다고 봤습니다. ‘하루의 절반 이상을 보내는’ 일하는 공간에 획기적인 변화를 주어야한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패스트파이브는 사람들이 좀 더 편안하고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일하는 문화 자체를 새롭게 정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패스트파이브가 집중한 가치는 ‘함께’인데요. 쾌적하고 아름다운 공간에서 멋진 크리에이티브가 나온다는 패스트파이브의 대 전제 아래, 서로가 자연스럽게 만나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장치를 공간 곳곳에 만들어 두었습니다. 노출 천장과 고급 나무 바닥재, 그리고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소품들이 마음을 풀어주는 감각적인 라운지만해도 모든 공간 디자인의 초점은 여러 명이 모여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또 각 회사들의 사무실과 회의실은 유리벽으로 만들고, 패스트파이브의 멤버는 어떤 지점이든 자유롭게 방문해 다양한 인프라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패스트파이브의 고민이 잘 드러납니다. 여기에 하루종일 서로의 시너지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만 고민하는 커뮤니티 매니저를 중심으로 거의 매일 열리는 이벤트나 교육, 파티를 통해 패스트파이브 멤버 간 커뮤니티를 자연스럽게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이제 고객은 단순히 물건을 소유하는 것보다 직접 해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 느끼는 의미에 따라 지불 수준도 변화하고, 제품을 구입할 때에도 평준화된 품질을 따지기보다는 자신만의 독특한 체험과 개성을 중시하며 감각적이고 감성적인 부분이 의사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물건을 팔기 위한 매출 원가나 인프라적 성향이 강했던 공간의 역할까지 온라인/모바일이 대체해버리면서 이제 우리가 깊게 고민해야할 부분은 고객에게 어떤 ‘경험(experience)’를 주는 지 일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