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파이브 강남5호점

혁신의 산실인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미국은 그 동안 전세계 첫 번째 혁신 모델들을 다수 만들어내면서 글로벌 경제를 리드해왔습니다. 특히 대부분의 기술 및 소프트웨어 기반 회사들이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가장 큰 규모의 회사 가치를 실현하고 있기 때문에, 이는 미국을 제외한 대다수의 국가에서 스타트업을 만들고 성장시키는 각 국의 생태계에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미국에서 생겨난 회사들이 해외에 진출했던 방식은 다소 익숙한 방식이었습니다. 가장 많은 규모의 자본이 위치해있기 때문에 자국의 강력한 인프라를 토대로 빠르게 성장을 시킨 뒤에,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에는 뒤늦게 생겨난 로컬 경쟁사들을 상대적으로 싼 값에 인수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제국을 만들어내곤 했습니다. 이러한 공식은 PC-era에서 매우 유효했고, 그렇기 때문에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부의 집중 또한 미국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미국의 이베이가 한국에서 옥션과 지마켓을 연달아 인수했던 것이 바로 미국에서 시작된 혁신 기업의 M&A를 통한 글로벌 시장 확대의 전형적인 사례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해외 확장 방식에 균열을 내기 시작한 것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의 부상입니다. 아시아 시장에는 중국을 비롯해서 미국 못지않은 기업가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풍부했으며, 자본시장 또한 급격히 성장하면서 자국 기업에 대한 충분한 자금적 지원이 가능해졌습니다. 특히 인터넷, 모바일, 소셜미디어의 확산으로 국가 및 대륙간 정보의 격차가 거의 사라진 것 또한 혁신적 사업모델의 선 미국 후 아시아 공식을 깨트리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즉, 예전 같았으면 미국에서 시작한 회사가 미국 시장 내에서 충분히 커지기 전까지 다른 국가들에서 생겨난 로컬 회사들의 성장은 이에 미치지 못했던 경우가 다반사였는데, 지금은 미국에서 생겨난 혁신이 거의 시차없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에서 동시에 생겨나고 있고, 국경없는 자본 조달 시장의 성장으로 투자 또한 미국 회사에만 집중되는 것이 아닌,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투자금이 아시아 권역의 회사에도 집중적으로 투하되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은 2010년대 초반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으며, 똑같은 사업모델로 시작한 회사들이 미국에서 유럽을 거쳐 아시아에도 생기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 아시아 시장에서 시차없이 동시에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더욱 흥미로운 점은, 미국의 혁신 사례를 벤치마크해서 생겨난 아시아 권역의 회사들은 이후의 성장 과정이 미국 회사들과 매우 다른 사업모습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미국 기업의 성장 과정을 정해진 정답처럼 잘 따라가는 모습이 강했다면, 이제는 모티브를 얻었을 뿐 성장을 만들어내는 방식과 영역이 아예 다른 기업인 것마냥 차이가 더욱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 중에 하나는 싱가폴 기반으로 태어난 Grab과 인도네시아 기반으로 생겨난 Go-jek을 들 수 있습니다. 이 두 회사는 미국에서 Uber 모델이 확산되는 것을 보고 동남아시장에서 이를 벤치마크해 처음에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이후의 성장 과정은 정말 상이한데요. Uber는 계속해서 택시를 중심으로 확장하면서 이제서야 음식배달의 영역으로 뛰어든데 반해, Grab이나 Go-jeck은 현지 시장의 특성에 맞게 오토바이를 중심으로 확장하면서, 미국처럼 PC Web을 거쳐서 Mobile로 변화한게 아닌 PC Web을 건너뛰고 Mobile로 직행한 동남아 시장의 특성에 발맞춰 해당 권역의 ‘Super-app’으로의 진화에 더욱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Payment에 대한 강력한 투자와 함께 음식배달은 물론이고 사실상의 life-style marketplace로의 빠른 확장을 진행하고 있어, 다소 mobility에 집중하고 있는 미국의 Uber와는 다른 확장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사례는 바로 쿠팡을 비롯한 소위 소셜커머스 3사입니다. (쿠팡, 위메프, 티몬) 이들은 지금은 기억에서 많이 잊혀진 미국의 Groupon 모델을 한국에서 구현했던 대표적인 회사들이었습니다. 소셜커머스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어 주로 오프라인 매장들의 서비스 쿠폰을 온라인화시키는데 주력했었는데요, 미국의 Groupon은 아직도 해당 모델에 머물러있는데 반해 이 3개사는 전자상거래 시장의 모바일화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소셜커머스가 아닌 모바일커머스 회사로 완벽히 탈바꿈했습니다. 지금 Groupon의 서비스와 이 3사의 서비스를 비교해보면 비슷한 점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되었습니다. 동남아 뿐만 아니라 한국 시장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한 흐름이라는 의미입니다.

물론, 아직도 대다수의 비즈니스는 미국에서 출발합니다. 미국에서 출발한 회사들이 해외의 유사 서비스들을 효과적으로 M&A 하는 경우가 계속해서 존재하긴 합니다만,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정보의 확산, 중국이나 한국 같이 탄탄한 로컬 자본 시장의 서포트, 충만한 기업가정신으로 가득찬 열정적인 창업자들로 인해 아시아 권역에서 생겨난 회사들은 미국의 카피캣에 머무르지 않고 독자적인 성장방향을 찾아 나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