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인베스트먼트에서 트레바리(http://www.trevari.co.kr)에 조금 투자를 했습니다. 트레바리는 많은 밀레니얼 세대들이 이용하고 있는 ‘유료’ 독서모임 커뮤니티 회사로, 세상을 더 지적으로 사람들을 더 친하게 – 라는 비전을 가지고 있는 회사입니다. 여기까지 들었을 때에는 누군가가 투잡으로 취미생활을 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만, 비전과 전략, 성장을 추구하는 하나의 스타트업으로 벤처캐피탈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선뜻 연결이 되지 않는 조합임에는 분명합니다.

트레바리 모임, 출처-Trevari website

많은 투자자들이 투자건을 거절할 때 ‘내가 잘 모르는 분야라서’ 라고 이야기를 종종 합니다. 이는 맞는 말일수도 있고 틀린 말일수도 있습니다. 바이오 분야와 같이 특정 분야의 지식이 요구되는 경우에는 실제로 해당 분야에 대해 잘 모른다면 그 분야를 투자하지 않는 것이 올바른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식 습득이 아닌 고객 행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분야라면, 내가 잘 모르는 분야라서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은 절대 아니겠으나) 나중에 후회할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고객 층에 대해서 꾸준히 관찰하고, 학습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B2C 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리스트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덕목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40대 이상의 많은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은 대학생이 열광했던 Facebook의 초창기 고객 심리와 수요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많은 후회를 했다고 알려져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나이든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은 Snapchat을 쓰는 10대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캐치해내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우연히 본인의 딸이 쓰는 모습을 유심히 살펴본 한 벤처캐피탈리스트만이 Snapchat의 Series A를 리드했고, 현재 꺾인 주가에도 불구하고 조단위 차익을 냈습니다. Lightspeed Venture Partners의 Jeremy Liew 이야기입니다. 물론 그는 Snapchat을 쓰지 않겠지요.) 세상은 생각보다 fragmented 되어 있고, 벤처캐피탈리스트에게 중요한 것은 다양한 층위의 ‘평균적인’ 고객 관점에서 여러 서비스들을 편견없이 바라볼 수 있느냐 – 인 것 같습니다. 바이오 회사가 아닌 이상, 내가 잘 모른다고 지나치는건 내가 깊게 관찰하지 않았거나, 더 파악하려고 노력하지 않았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건을 거절할 때 많이 하는 두 번째 이야기는 ‘지금은 괜찮은 것 같은데 정말 커질지는 잘 모르겠다’ 라는 것입니다. 이를 많은 투자자들은 Scalability라는 있어보이는 단어로 얘기합니다만, 실제로는 상상력의 부족 때문일 경우가 많습니다. (고백하자면 저 또한 그렇습니다) 유능한 기업가는 작은 일도 크게 만들어냅니다. 세상 모든 큰 흐름은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했습니다. Facebook은 하버드 대학 기숙사에서, Starbucks는 조그만 커피 가게에서 시작했습니다. 전세계 수십’억’명의 사람들이 Facebook을  쓰는 세상이 온다는 상상을, 전세계가 Starbucks 간판으로 뒤덮인 세상이 온다는 상상을, 투자자가 미리 상상하고 가늠해볼 수 있는 확률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상상은 기업가의 몫입니다. 투자자는 이 기업가가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일까 아닐까에 대해 고민하고 베팅해보는 것입니다. 따라서 투자는 투자자의 머릿속 상상에 근거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가인 사람에 근거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Facebook의 창업스토리를 다룬, 영화 <소셜네트워크> 중

제게 트레바리는 이 두 가지 지점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투자건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요상한 포즈로 찍는 단체 사진이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돌아다니던 것을 보게 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그 후에 알 수 없이 점점 늘어나는 클럽의 숫자와 참여하는 인원수, 그리고 반복해서 읽어봐도 묘하지만 재밌는 느낌을 주는 언론 보도 기사까지… 이 회사 도대체 무슨 회사지 – 라는 질문에 나만의 관점을 가질 수 있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크건 작건 고객이 늘어나는 것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가 이성적으로, 숫자로 편하게 설명할 수 없는 것일지라도 고객들이 무언가를 구매하고, 그 행위가 점점 많아지는 것에는 언제나 고객의 심리적 요인이 깔려있기 마련입니다. 심지어 그 심리에 대해서 고객이 스스로 명쾌하게 정리해내지 못하더라도, 행위만으로 그 니즈의 존재는 이미 설명된다고 생각합니다.

트레바리는 그런 회사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트레바리를 이용하는 많은 고객들이 각자의 여러가지 이유를 이야기하고 (때론 이야기하지 않는 고객들도 많습니다만), 그 이야기 사이에 눈에 띄는 공통분모가 발견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만… 저는 서로 다르게 사용하는 단어 사이에 공통된 심리가 깔려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사나 학연으로 맺어진 것이 아닌, 내가 사회에 나와서 가지게 된 다양한 관심사를 기반으로 누군가를 만나고, 친해지고, 교류하고 싶은 욕망 – 이 바로 그것입니다. 어쩌면 흔하고 뻔한 니즈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흔하고 뻔한 니즈가 언제나 잘 해소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4,000여명이 넘는 고객들이 돈을 지불해가면서 트레바리를 통해 교류하고 있습니다. 긴 여정의 시작이겠으나, 지금 트레바리의 모습이 Facebook의 하버드 기숙사 버전일거라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