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각기 다른 출발점에 서 있던 회사들이, 특히 아예 다른 산업군으로까지 정의되었던 회사들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고객의 판단과 선택, 그리고 각 회사들의 전략적 방향성 추구에 따라 서로 거리가 가까워지고 나중에는 대체재와 보완재로 관계를 형성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두 사업군이 바로 그러한 모습인데요, 한국에서 자리잡은지 상당히 오래된 편의점 사업체들과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온라인 배달대행 스타트업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입니다.

편의점 업체들은 최근까지만 해도 고성장을 구가해왔습니다. 직영과 프랜차이즈가 절묘하게 섞인 여러가지 방식을 바탕으로 약간 비싼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극강의 라스트 마일 편의성을 제공하면서 수만개의 유통 인프라를 까는데 성공했습니다. GS25를 운영 중인 GS리테일과 CU를 운영 중인 BGF리테일이 업계의 선두주자인데요, 두 회사 모두 수조원에 달하는 매출과 수천억대의 영업이익, 그리고 각각 1만개가 넘는 점포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한국 편의점 시장을 거의 양분해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편의점을 이용하는 행태는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달라져왔습니다. 과거의 편의점은 말 그대로 슈퍼마켓에 있는 여러 식품이나 생활용품을 24시간 운영이라는 장점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약간 더 비싼 가격을 부과하는 모델이었습니다. 물론 현재 편의점 매출의 단일 품목으로는 1위를 기록 중인 담배의 핵심 판매채널로 기능했던 것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요. 이용하는 고객들의 프로필 또한 한두가지로 특징지우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국 편의점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는 일본 편의점 업체들의 발전방향을 따라가고 있는 것일까요? 최근 보여주는 편의점 업체들의 전략 및 움직임, 그리고 어떤 고객들이 어떤 이유로 편의점을 찾는지에 대해서 변화가 많이 보입니다. 일본 편의점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음식 판매에서 얻고 있습니다. 여행을 가서 일본 편의점을 방문해보면, 편의점에서 파는 식품 및 도시락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수준의 코퀄리티 음식들이 존재하고, 그 다양성 또한 놀라운 수준입니다. 또한, 편의점에는 주로 직장인들의 점심, 저녁이나 퇴근 후 저녁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편의점에 들르는 1인 가구들이 식품/음식을 중심으로 편의점을 사용하는 행태를 어렵지 않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최근 한국 편의점의 모습과 고객들의 행태는 일본의 그것과 놀랍도록 유사합니다. 게딱지장과 타코와사비까지도 편의점에서 판매하고 있고, 국물이 들어간 각종 도시락과 5,000원 ~ 10,000원 내외의 가성비 뛰어난 고퀄리티 도시락, 1인 가구들이 이용하기 쉬운 소분된 야채와 과일, 샐러드, 디저트 등이 즐비합니다. 과자나 음료수, 아이스크림, 담배 정도를 사던 과거의 편의점이 이젠 아닌 것입니다.

 


이번에는 다른 산업을 하나 살펴보겠습니다. 2010년대 초반부터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한 맛집배달대행 서비스가 바로 그것입니다. 영세한 심부름 업체들이 난립해있었고, 일부 1인 가구들을 중심으로 10,000원 ~ 15,000원 내외의 기존의 짜장면/짬뽕이 아닌 좀 더 맛있는 음식을 배달시켜먹고자 하는 니즈가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푸드플라이, 배민라이더스, 띵동 등의 업체가 이 시장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3,000원 내외의 배달팁으로 인해 강남구에 사는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 있는 사람들이나 시켜먹을 것이라는 시선을 보란듯이 비웃고, 사실상 서울 전역으로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스타벅스 초창기에 밥 한끼에 6,000원인데 아이스 캬라멜 마끼아또 커피에 6,000원을 지불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냐고 했었던 코멘트와도 일맥상통합니다. 대중화 단계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맛집배달대행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고객들은 과연 누구일까요? 고객들의 특성을 한두개의 팩터로만 판단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가장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는 변수는 바로 1인 가구입니다. 또한, 고객들의 이용 행태도 철저히 점심과 저녁 시간에 식사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으며, 1인 가구에만 국한되지 않고 주말에는 4인 가족들의 외식을 대체해나가는 모습까지도 보여지고 있습니다.

서로 관계가 없어 보이던 이 두 산업은 서서히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편의점은 프랜차이즈 모델과 24시간 운영이라는 강점을 바탕으로 수십년에 걸쳐서 전국적인 유통망을 깔았습니다. 편의점이 주는 극강의 접근성에 대한 대가로 고객은 같은 상품에 대해 대형마트보다 조금 비싼 가격을 지불합니다. 편의점 업체들은 유통망을 깐 뒤에는 상품 차별화를 위해 식품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PB 상품을 만들어 차별화 요소와 수익률 개선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러한 서비스에 주 이용 고객들은 1인 가구 및 직장인들의 점심/저녁 해결입니다.    

푸드플라이-셰플리

맛집배달대행 업체들은 기존에 배달되지 않던 맛집들을 라이더 네트워크와 연결시킴으로서 고객들의 니즈를 자극해, 현재 각 업체들이 열심히 유통 네트워크를 쌓고 있습니다. 고객들은 시키면 30분 내에 배달되는, 기존에 집이나 직장에서 먹지 못했던 음식을 배달시킬 수 있다는 가치에 대해 약간의 배달팁을 지불합니다. 각 업체들은 유통 네트워크를 까는 것과 동시에 카테고리를 다변화하거나 (ex. 띵동), 편의점과 동일하게 PB상품을 만들어 (ex. 푸드플라이 ‘셰플리’) 차별화 요소와 수익구조 개선을 동시에 병행하고 있습니다. 맛집배달대행 서비스의 주 이용고객은 1인가구 및 직장인들이며, 식사를 이 서비스를 통해 해결합니다.

하지만, 고객들이 지불하고 있는 가격대와 이용 빈도의 차이를 감안해볼 때, 이 두 산업군은 서로 경쟁하는 대체재보다는 서로가 유사한 고객층의 각기 다른 니즈와 Share of Wallet을 타겟팅하는 보완재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람들은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살 때에는 5,000원 내외를 지불하지만, 맛집배달대행 서비스를 이용할 때에는 10,000원 내외를 지불합니다. 이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한 사람이 보여주는 여러 소비행태입니다.

맛집배달대행 회사들이 처음에 시작할 때 우리의 성장이 편의점 업체들과 관련성이 있다고 생각을 했었을까요? 아마 기존 배달서비스의 니치마켓으로 시장 규모를 일단 키워보자는 것에 집중했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정해진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을 만족시켜나가면서, 본질적인 경쟁력을 고민하다보면 겉보기엔 달라도 그 길이 정말 맞는 길일 수도 있는 법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