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의 관계를 이야기할 때, 흔히 한 배를 탔다라고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벤처캐피탈이 과감히 스타트업의 미래 가능성을 보고 지금 투자를 하고, 당장은 스타트업으로부터 받는 돈은 없지만 향후 스타트업이 성장했을 때 그 과실을 함께 나누는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예를 들어 컨설팅 회사가 특정 기업에게 컨설팅을 해주는 것의 대가로 미래 가능성을 나누기 보다는 지금 당장 일정 금액을 수취하는 것과는 다른 관계임을 의미합니다.

 교육 시장으로 눈을 돌려보면, 교육은 사람의 미래 가능성을 높이는 일입니다. 지적인 호기심을 충족시키거나 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한 기초적인 소양을 닦기 위한 교육의 영역을 제외한다면,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받았던 상당한 부분은 미래 가능성을 높이는 것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아주 현실적인 관점으로 내려가보면, 초중고에 과외나 학원을 다니는 것은 좋은 대학교에 진학하기 위함이고, 좋은 대학교에 진학해서 다양한 스펙을 쌓는 것은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함입니다. (물론 그 외의 다양한 목적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사교육 시장에 속해있던 수많은 곳들은 학생들 개개인의 운명에 이해관계가 일치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입시학원에 다니건, 영어학원에 다니건, 사교육 회사들이 사람들 개개인의 미래 가능성을 가늠해서 현재에 투자를 진행하고 그 뒤에 그 사람이 만들어갈 미래의 과실 (즉, 소득)의 일부를 나누는 형태로 진행된 적이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사교육 업체들에게 우리는 지금 당장 얼마의 수강료를 지불하고, 그들이 주장하는 학습 효과와 다양한 과거 사례들을 참고하여 의사결정을 했습니다. 따라서, 이로 인해 발생한 결과는 온연히 내 자신의 몫이기도 하며, 이는 역으로 많은 사교육 업체들에게 ‘우리는 최선을 다했지만 최종 결과는 학생/개인 본인의 노력과 약간의 운에 달려있다’는 핑계거리를 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초중고 사교육 시장의 경우 개인에게 투자를 한다고 해도, 이것이 향후 회수될 수 있을 만한 가시적인 소득의 형태로 돌아오기까지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구조적인 모순이 교육 시장에 있어서 적절한 이해관계를 일치시키지 못했던 요인일 수도 있습니다. 어찌되었건 지금까지 많은 교육 업체들은 우리의 교재, 학습 방법, 사람들의 후기, 거쳐간 사람들이 얼마나 좋은 결과를 만들었는지 – 등을 열심히 홍보하고, 지금 당장 얼마의 수강료를 받았습니다. 이는 하나의 학습 컨텐츠를 가르치는 여러 사교육 업체 뿐만 아니라, 커리어 전환이나 연봉 상승의 기회로 여겨졌던 MBA 같은 제도권 교육기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교육시장의 흐름이 더 이상 줄어드는 인구수와 무의미한 시험 성적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개인의 미래 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방향으로 발전해나가면서 기존의 교육 업체들과는 조금 다른 독특한 형태의 모습들이 보여지고 있습니다. 특히 기존 정규 교과과정에 속해있지 않았던 프로그래밍 교육이 갑자기 중요한 아젠다로 떠오르면서, 이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수많은 교육 스타트업들이 등장했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코딩과 같은 기존에 없었던 교육 컨텐츠를 만들어 제공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교육이라는 것이 갖는 사업 모델을 완전히 다른 식으로 변형해서 적용시키기도 합니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Accelerator인 Y-combinator의 가장 최근 batch에 Lambda School 이라는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Lambda School은 자신들을 교육과 투자펀드의 조합이라고 설명하는데요, 이들은 Web & Software Engineering과 Machine & Deep Learning을 가르칩니다. 그런데, 수강료는 없습니다. 수강료가 없는 대신, 코스를 수료한 사람이 취업을 한 뒤에 2년간 급여의 17%를 Lambda School에게 지급해야 합니다. 물론, 이게 싫다면 일정 금액의 수강료를 지불하는 옵션도 존재는 하며, 미래 소득의 일정 %를 나눌 때에도 maximum cap을 정해놓긴 했습니다.

이 수업을 듣는 수강생들은 마치, Y-combinator가 그들이 투자하는 start-up을 보는 것과도 같습니다. Lambda School은 충분한 미래 소득을 발생시킬 잠재력이 있는 사람을 선발하여, 6개월의 시간을 들여 개인에게 컨텐츠로 투자를 합니다. 그 후에 미래 소득이 실제로 발생할 경우 이를 약속된 방식에 따라 나눕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투자펀드와 회사와의 관계와 매우 유사한 방식입니다. 이는 전적으로 결과로 승부하겠다는 자신감이자, Lambda School은 수강생이 취업하지 못하면 발생하는 Default Risk를 전적으로 부담함으로서 수강생과의 이해관계를 적어도 소득 관점에서는 일치시키게 됩니다.

실무 교육 분야의 선두 업체인 미국의 General Assembly는 작년부터 자신들의 회사를 설명할 때 Career Accelerator라는 단어를 종종 사용합니다. 단순히 교육 컨텐츠를 제작해서 얼마 돈을 받고 파는 형태가 아니라, 개개인에게 돈이 아닌 교육 자산을 투자하고 그 결과물을 그 개인과 함께 공유하겠다는 전략이 담긴 단어라고 볼 수 있습니다. Lambda School의 이러한 시도는 단순히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만들거나 코딩 부트캠프를 여는 시도가 아닌, 교육 업체가 수강생과의 관계를 설정하고, 돈의 흐름을 바꿔서 해석하는 다른 모델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저희 또한 패스트캠퍼스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조만간 한국에서도 동일한 시도를 해볼 계획이기도 하고요.) 이는 대학교 이하의 교육업체들은 앞서 설명된 구조적인 이유로 시도하기 어려운 방식이고, 오직 성인들을 대상으로 교육의 효과를 소득으로 구체화할 수 있는 실무 교육 시장에서만 가능한 방식입니다. 결과를 주목해볼 만한 교육 분야의 흥미로운 시도라고 보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