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지난 5월 5일 오마하라는 미국의 작은 도시에서 열린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 (Berkshire Hathaway Annual Shareholders Meeting 2018) 에 다녀온 패스트트랙아시아 CEO 박지웅 대표의 참관기입니다.

<2018 버크셔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

패스트트랙아시아는 새로운 스타트업을 창조하는 컴퍼니빌더(Company Builder)형 스타트업 지주회사입니다. 부동산, 금융, 교육, 의류 등 다양한 인더스트리에 직접 스타트업을 만들고 성장시키고 직접 경영 또는 Exit했지요. 단순 ‘액셀레이터’와는 다르게, 지주회사형 인큐베이터로써 창업자들의 리스크를 낮추고 성공 가능성을 높여 나가는 플랫폼이 되고자 공부하고 노력해왔습니다. 저희는 1순위 벤치마킹 회사가 ‘버크셔해서웨이’라고 공공연히 말해왔고, 저희 정체성을 잃지 않고 국내에서 이 모델을 제대로 구현했다는 평가를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버크셔해서웨이의 의미는 패스트트랙아시아에게 큰 의미가 있는 기업입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1965년 워렌 버핏(Warren Buffett)이 당시 섬유회사이던 버크셔해서웨이를 구입하여 여러 회사의 지주회사로 재설립했습니다. 계열사인 내셔널인뎀니티(National Indemnity Company), 가이코(GEICO Corp.), 재보험 회사 제너럴리(General Cologne Re) 등을 통하여 여러 종류의 보험을 취급하지요. 또한 보석회사인 헬츠버그다이아몬즈(Helzberg Diamonds), 캔디회사인 시스(See’s Candies, Inc.), 비행사 훈련회사인 플라이트세이프티인터내셔널(FlightSafety International, Inc.), 구두회사인 H.H.브라운로웰앤드덱스터(H.H. Brown, Lowell and Dexter) 등도 계열사로 두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익숙한 기업들인 아메리칸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 Company), 코카콜라(The Coca-Cola Company), 질레트(The Gillette Company), 워싱턴포스트(The Washington Post Company), 웰스파고(Wells Fargo & Company), 미드아메리칸에너지(MidAmerican Energy Holdings Company), 제너럴다이내믹스(General Dynamics Corporation) 등에도 상당한 지분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2018 버크셔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 (출처 뉴욕타임스)>

오마하의 현인이라고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언젠가 오마하에 가야겠구나”라고 생각만 해왔지, 사실 오마하가 어디쯤인지도 몰랐습니다. 구글로 검색을 하면서 미국 한 가운데에 위치한 작은 도시라는 것을 알게 됐는데, 그 작은 도시는 버크셔 주총이 있는 일년 중 딱 한주간에만 전세계 각지에서 수 만 명이 방문합니다. 한국에서는 직항도 없을만큼 관광도시도 아니고, 도착했을 때 이미 버핏의 집과 그의 동네를 둘러보러 온 ‘관광객’들이 즐비해 있었습니다.

<오마하에 위치한 워렌버핏의 집과 그가 종종 ‘맥모닝’을 사간다는 동네의 맥도날드>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는 ‘Woodstock for capitalists(자본가들의 우드스탁, 축제)’라고도 불립니다. 가치투자에 기반한 주식투자로 부를 쌓고, 이를 통해 수많은 기업들을 버크셔해서웨이(이하 버크셔)라는 지주회사를 통해 인수해 지배하면서 자본시장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투자자로 인정받는 워렌 버핏(Warren Buffett)을 만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워렌버핏과 버크셔에 대한 책과 자료는 너무도 많이 존재합니다. 저 또한 그러한 책들을 통해 그와 그의 회사에 대해 많이 공부할 수 있었고, 기업 경영에 큰 깨달음과 통찰력을 얻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워렌 버핏을 실제로 볼 수 있는 기회인 주주총회 참석은 더 특별한 의미였고, 그렇게 축제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3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되는 버크셔 주총은 둘째날에 이뤄집니다. 아침 8시 30분부터 시작되는 주총에 참석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새벽 3~4시부터 CenturyLink 입구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도 퍽 인상깊었습니다. 마치 아이폰 출시를 기다리는 사람들 또는 아이돌 콘서트를 기다리는 팬들의 모습처럼 언뜻 보기에도 수 천여 명의 사람들이 해뜨기 전부터 진을 치고 있었으니까요. 좀 더 앞자리에서 버핏과 멍거-아흔 살이 넘은 두 할아버지-를 만나기 위해서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실로 대단한 열정과 열기로 만들어진 광경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주주총회에 들어가고자 기다리는 사람들 (source: The World-Herald file)>

그 인파를 뚫고 주주총회장에 들어가는 순간, 할말을 잠시 잃고 넋을 놓고 풍경을 바라만 보았습니다. 클래식하게 디자인 된 앞의 단상을 중심으로 1~3층에 걸쳐서 빈 자리 하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히 자리한 수만여명의 인파가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인기 가수의 콘서트도 아니고, 단지 두 할아버지의 얼굴을 보기 위해, 두 할아버지가 6시간 동안 조곤조곤 말하는 것을 듣기 위해 왔다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많은 인파였습니다. 중간 중간에는 버크셔가 소유한 회사들의 로고가 펼쳐져 있고, 버핏을 좋아하고 추종하는 수만명이 비행기를 타고 전세계에서 몰려와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에 살짝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 때야 비로소 왜 버크셔 주총을 Woodstock for Capitalists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2018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를 듣기위해 전세계에서 모인 인파들>

<버핏의 ‘신봉자’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출처: Rick Wilking/Reuters)>

오전 8시 30분. 약 40여분간 비디오 상영으로 주총의 막이 오릅니다. 버크셔가 소유한 회사들의 광고를 중심으로, 실제 버핏이 출연하는 다양한 컨셉의 유머러스한 영상클립들이 재생되었습니다. 르브론 제임스, 메이웨더, 케이티 페리,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등 각계각층의 유명인사들이 카메오로 출연하는 재미있는 영상부터, 피날레는 버크셔가 소유한 자회사들의 경영자 (매니저라고 부릅니다)를 칭송하는, 개사된 노래가 반복적으로 틀어지면서 끝이 났습니다.

<장장 5시간 반동안 Q&A를 진행하는 워렌과 멍거 (source- Warren’s Archive>       

그 뒤 장막이 걷히고, 세상에서 존경과 칭송을 받는 두 명의 할아버지가 나와 책상에 앉습니다. “굿모닝(Good Morning)!”으로 버핏이 유쾌한 인사를 건네자, 장중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많이 알려져 있다시피 두 할아버지들은 주주총회 내내 코카콜라와 시즈캔디를 먹으면서 대화를 이어나갑니다. 중간에 점심시간 한 시간 정도를 제외하면 약 5시간 30분 동안 6~70개 정도의 질문에 직접 답변합니다. 질문은 크게 세 개의 그룹에서 돌아가면서 나오는데 기자와 애널리스트, 그리고 주총 참석자순으로 진행이 됩니다. 물론 먼 길에서 발걸음 한 모든 참석자들이 질문을 하고 싶어 하기에, 당일 아침에 미리 주총참석자들 중에는 질문자 추첨을 통해서 섹션별로 돌아가면서 질문이 하게 됩니다. 이번에는 중국에서 건너온 중국인 펀드매니저, 평범한 미국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써온 글을 또박또박 읽어나갔던 8살 꼬마 숙녀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백그라운드의 사람들이 다양한 질문을 던졌고, 어떤 질문에도 버핏은 성심 성의껏 대답을 했습니다.

모든 질문에 대해 버핏이 먼저 대답을 한 뒤에는 항상 ‘찰리(Charlie)?’를 불렀고, 외국인은 이해하기 난해한 미국식 유머를 항상 짧고 임팩트 있게 던졌던 멍거의 대답이 이어졌습니다.

<전 세계 투자자들의 우상 워런 버핏이 항상 의견을 물어보는 조력자이자 동업자가 있다. 바로 찰리 멍거-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 위의 이미지는 찰리 멍거가 쓴 그가 존경하는 벤자민 프랭클린의 ‘가난한 리차드의 연감’을 따라한 ‘가난한 찰리의 연감’ (source-Amazon.com)>

주주총회때 나왔던 다양한 질문들은 이미 수많은 언론에서 커버가 된 바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버크셔의 주주총회에서 항상 나오는 단골 질문들은 △ 버크셔의 승계에 대한 이슈 △기술 기업들의 시장 영향력 확대에 따른 버핏의 생각-최근 애플 주식의 대량 매입과 구글 또는 아마존에 투자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질문 △ 투자한 회사들 중에 문제를 일으킨 웰스파고 같은 건에 대한 이슈 △버크셔 자체의 사이즈가 너무 커졌기 때문에 나오는 이슈들 등입니다. 특히 이번 주총에서는 비트코인을 필두로 한 암호화폐에 대한 버핏의 부정적인 관점, 주총 전후로 이뤄졌던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와의 해자 개념을 둔 논쟁 등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버핏에 대해 공부해나가면서 훌륭한 투자자가 되는 것, 훌륭한 경영자가 되는 것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웁니다. 버핏의 큰 특징이 모든 질문에 대해 즉문즉답을 하는데, 그 내용이 어린 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간단하고 쉽게 설명한다는 점입니다. 제대로 깊게 고민하지 않는다면 쉽고 짧게 설명할 수 없습니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경우에만 길고 어려운 단어를 써서 설명하게 되지요. 버핏이 자신들이 소유한 수많은 기업들에 대해, 자신들을 둘러싼 경제 , 금융 , 정치 및 사회에 대해, 사람과 경영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수준으로 바로 대답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 사람의 고민의 깊이에 대해 가늠할 수 있게 합니다.

<내가 꼽은 베스트 장면 -8살짜리 꼬마 숙녀가 90살이 다 되어가는 버핏에게 “왜 예전처럼 capital efficient business에 투자하지 않고, capex 많은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비중이 올라가고 있나요?”라고 또박또박 질문하는 장면>

물론 일각에서는 버핏의 성과 또한 버핏이 살아온 그 시대적 특성으로부터 나온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산업적인 고도성장기와 주식시장의 탄생과 성장기에 있었기 때문에 그 수혜를 많이 입었다는 이야기를 듣곤 하고, 최근 기술주들이 전체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늘어나면서 버핏에 대한 일각의 비판 또한 수긍할 만한 점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질문에서조차 버핏과 멍거가 대답한 내용을 떠올려보면, 왜 버핏이 단지 투자 성과가 뛰어난 수많은 펀드매니저들과는 전혀 다른 급으로 사람들이 여기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대목 중에 하나였는데요,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많은 기회를 놓칠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기회를 계속 놓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비밀이지요” 10타수 10안타 치는 투자자가 어디있겠습니까? 하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서 이렇게 솔직함을 유지하면서도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에 대한 강한 확신과 흔들리지 않는 기준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느꼈습니다.

버핏은 단순히 뛰어난 투자자가 아니라 훌륭한 사람이고, 우리가 그로부터 배워야 하는 것 또한 단지 투자 스킬이나 종목 선택 기준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인생 그 자체, 살아온 궤적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인품과 원칙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고, 도착해서는 ‘무얼해야할까’하는 생각이 들만큼 조용한 작은 도시였지만, 버핏의 행적이 곳곳에 깃들여진 ‘오마하’는 살아가면서 한번쯤 반드시 가볼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