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phabet Moment’

2015년 9월, IT 업계에 깜짝 소식이 하나 전해졌습니다. Google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모회사로 Alphabet 이라는 신설 법인을 만든다는 뉴스였습니다. 이는 Google은 Alphabet이라는 지주회사의 한 글자에 해당한다는 이야기로 더 이상 Google이 인터넷/모바일 검색 서비스 하나에 그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많은 뉴스들이 연이어 보도되었고, 다행스럽게도 대부분은 긍정적인 소식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때문이었습니다.

(사진=REUTERS/PAWEL KOPCZYNSKI)

첫째 이유는 Google이 단순히 검색엔진 기반의 IT 회사에서 더 나아가 미래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다가오는 세상의 변화에 빠르게 대처할 것이라는 기대입니다. 예전에는 Google에서 Hobby-project로 이것저것 해보는 정도로 알려져 있었다면, 이제는 Calico와 같은 바이오 분야, Fiber와 같은 통신 분야, Capital과 같은 금융 분야, Youtube와 같은 미디어 분야, Nest와 같은 IoT 분야, Google X와 같은 미래기술 / 우주 분야 등의 신규 사업에 대한 다각화 의지를 천명하고 이들을 프로젝트가 아닌 하나의 기업으로 키워나가겠다는 신호탄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Google의 사업 영역을 엄청나게 확장시키고, 향후에도 성장할 수 있는 영역이 무궁무진하다는 이들의 주장이기도 했습니다.

두번째 이유는 경영 투명성 때문입니다. 그간 Google의 투자자들은 무인자동차 개발, 우주기술 개발, 해저터널 개발 등 의도를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수많은 X Project들에 도대체 어느 정도의 비용이 쓰여지는지, 거기서는 어느 정도의 매출이 발생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Google의 손익계산서 상 무형자산상각비나 영업외비용 등으로 처리해버리면 그만이었고,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투자자들은 Google의 경영투명성에 대해 한층 더 깊은 신뢰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일례로 그 뒤로 Google의 Moonshot Project들이 수천억원의 매출과 수조원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고, Nest의 매출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사진=PCmag/ERIC GRIFFITH)

한국에서 지주회사는 흔히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재벌들의 순환출자를 막는, 부정적인 것을 줄이는 방식으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지주회사 체제는 일부 세제혜택을 줌과 동시에 많은 규제를 가합니다)

LG, SK, CJ, 두산 등이 지주회사 아래 많은 계열사들을 보유하고 이러한 지주회사들은 보통 1) 자회사들의 배당금, 2) 임대료 수입, 3) LG와 같은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로열티 수수료를 그들의 매출로 거둬들입니다. 1)과 2)는 이해가 가는 대목이지만, 3)과 같은 점들은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존재하고는 있습니다.

물론 대기업들이 아닌 경우에도 지주회사 구조를 갖는 경우가 존재합니다. 인터파크의 경우 사내벤처로 출발한 지마켓을 2009년에 Ebay에 약 1.2조원 기업가치에 매각한 뒤, 수령한 매각대금을 바탕으로 전자상거래 분야에 초점을 맞춘 지주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인터파크 지주회사가 B2B 전자상거래를 하는 아이마켓코리아와 B2C 전자상거래를 하는 인터파크 INT를 소유하는 구조입니다.

그 외에도 다우기술과 같이 실제 사업을 영위하면서 자회사의 지분을 보유하며 경영관리 및 지배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지주회사들도 한국에는 다수가 존재합니다.

그간 한국에서 지주회사는 재벌들의 문어발 확장, 비관련 사업다각화를 많이 떠올리게 했다면, 최근에 Google의 Alphabet으로의 전환이 가져온 지주회사 체제에 대한 새로운 조명은 이 구조가 갖는 장점에 대해 알려주고 있습니다.

지주회사 구조는 효율적으로 자본을 배분할 수 있고, 독립적이고 빠른 의사결정을 가능케 하며, 또한 지분과 연계된 보상구조를 통해 유능한 인재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언제나 신규사업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는 많은 기업들에게, 다양한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새로운 기업 경영 체계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모든 체계에는 좋은 점과 안좋은 점이 있기에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것이 장점으로도 단점으로도 작용할 수 있습니다.

지주회사 체계를 갖춘 많은 성공사례들이 있습니다. 몇 가지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워렌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

지주회사의 대표적인 성공사례입니다. 이번 Google의 Alphabet 전환을 보며 많은 이들이 Larry Page가 Google을 Tech 분야의 버크셔로 만들고 싶어한다고 평했을 정도로,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주회사를 꿈꾸는 이들의 교과서와도 같습니다. 많이 알려져 있는 것처럼 버핏은 직물회사였던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수해 직물사업이 아닌 투자 지주회사로 방향을 잡고, 이후 몇 개의 보험사와 재보험사를 인수한 뒤 여기서 나오는 현금흐름을 가지고 자신만의 가치투자 방식으로 수많은 회사들을 투자하고 인수해나갑니다. 지금은 약 80여개에 달하는 계열사를 보유한 거대한 그룹이 되었고, 자회사들로부터 나오는 배당금을 주요 재원으로 새로운 분야에 대해 지속적인 투자를 해나가고 있습니다.

손정의의 소프트뱅크

미국에 버크셔가 있다면 아시아에는 소프트뱅크가 있습니다. 출판, 소프트웨어 유통, 통신업에 이르는 자체 비즈니스를 영위하면서, 여기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90년대 후반부터 세계 각국의 고성장 인터넷 기업들에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합니다. 특히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투자, 인수한 뒤에도 독립적인 경영을 맡겨 Loosely-coupled Network를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러한 투자의 대표적인 성과가 바로 Alibaba 입니다. 소프트뱅크는 최근 내수 통신업을 영위하는 사업 지주회사와 해외 고성장 인터넷 기업 투자를 영위하는 투자 지주회사로의 분리를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Samwer Brothers의 로켓인터넷

Copycat Factory로 유명세를 탄 로켓인터넷 또한 지주회사 구조를 띄고 있습니다. 전세계 수십여개의 인터넷 스타트업을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이머징 마켓에서의 전자상거래 비즈니스를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통해 2007년 설립 후 2014년 독일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되었습니다. 로켓인터넷은 버크셔나 소프트뱅크와는 다르게 외부 투자유치를 활발하게 진행해 지주회사 구조의 기틀을 닦았습니다. 스웨덴의 Kinnevik, 미국의 Access Industries, 필리핀의 PLDT 등이 로켓인터넷에 투자를 했고, 로켓인터넷은 이 자금을 바탕으로 전세계 이머징 마켓에 전자상거래 제국을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이들이 만들었던 유럽의 아마존인 Zalando 또한 독일 증시에 상장했으며, 최근에는 동남아의 아마존인 Lazada를 1.5조원 회사가치에 Alibaba로 매각하기도 했습니다.

방준혁의 넷마블

넷마블 또한 지주회사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게임 분야는 독특하게 퍼블리싱이라는 계약이 존재해서, 개발사가 퍼블리셔와 퍼블리싱 계약을 맺게 되면 매출을 퍼블리셔가 우선적으로 인식을 하고 개발사에게는 로열티를 배분하는 구조입니다.

넷마블은 모바일 게임 시장이 워낙 빠르게 변화하고, 어디서 어떤 히트작이 나올지 모르다보니 수많은 게임 개발 스튜디오에 지분 투자를 진행해 51% 이상의 지분을 취득하고 이들이 개발한 게임을 넷마블이 퍼블리싱하는 형태로 회사의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넷마블은 게임 매출을 모회사가 인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량 모바일 게임을 개발한 스튜디오들을 여러개 자회사로 보유한 모바일 게임 왕국을 건설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몇년전 개발 스튜디오에 대한 소유권 없이 매출이 폭락한 사태를 맞이했던 네오위즈게임즈의 사례와 비교해볼 때, 흥행 리스크가 있고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매출과 개발력, 게임 IP를 모두 확보할 수 있는 지주회사 구조의 장점이 십분 발휘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넷마블에 이어 네시삼십삼분도 유사한 전략을 구사하며 뒤를 잇고 있습니다.

지주회사는 본래 기업의 소유와 경영 관리만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세상이 워낙 빠르게 변화하다보니, 관성에 갇힌 기존 기업 내에서는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고, 지분과 연계된 보상을 제공하기에도 어려운 점이 많아 유능한 인재들은 스타트업에 빼앗기기 일쑤입니다.

소프트웨어가 모든 산업을 먹어치우고 있고, Uber나 Airbnb 같은 회사들을 보면 기존 산업의 골리앗을 무너뜨리는데에는 예전처럼 수십년이 필요한게 아니라 5–10년이면 충분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같은 칼도 누가 어떤 목적으로 쓰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다양한 시도를 가장 경제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 유능한 인재들을 놓치지 않고 모을 수 있는 방법, 투명한 자본배분을 통해 합리적으로 신규사업을 일궈나갈 수 있는 방법. Google이 촉발시킨 지주회사 체계에 대한 새로운 조명, Alphabet Moment가 한국 기업 환경에도 새로운 관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