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벤처캐피탈리스트 출신으로 현재는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이자 계열 투자회사인 패스트인베스트먼트의 대표이기도 한 박지웅 CEO의 기고글입니다.

최근 몇 년 간 벤처캐피탈리스트(Venture Capitalist)라는 직업군에 대한 사회 전반에서 관심이 매우 높아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마치 10년전 컨설턴트나 투자은행 뱅커들처럼 직업에 대한 일종의 hype이 있는게 아닐까 싶은 정도인데요. 작년 여름 일주일 간 진행한 저희 패스트인베스트먼트의 심사역 채용 시에도 짧은 기간 내 100여명이 넘는 지원자가 나타나서 매우 놀라기도 했습니다.

꽤 알려진 바와 같이, 저는 2008년 말에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지주회사 대표이자 계열 투자회사인 패스트인베스트먼트의 대표를 겸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 연차로 보면 10년이 된 셈 입니다. (물론 지금은 전업 벤처캐피탈리스트가 아닌, 사업가이자 경영자에 가깝습니다. 28살부터 이 일을 시작했고, 그 동안의 투자 레코드들을 보면 꽤 괜찮다는 평가를 받아왔지요^^;)  취업준비생이었던 2008년 저는, 아마 그 이전부터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어떻게 하면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에 투자했던 벤처캐피탈리스트처럼 될 수 있을까, 그런 사람들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에 대해 스스로 고민을 많이 해왔기 때문에 한 번 정도는 그 생각을 정리해봐야겠다 싶었습니다.

다른 직업도 그럴 수도 있지만, 벤처캐피탈리스트는 좋은 직업인데 ‘잘’하기는 특히도 너무 어려운 직업입니다. 왜냐하면 ‘열심히’ 한다고 잘하는게 아닌, 꼭 좋은 결과가 나오지만은 않는 대표적인 직업이기 때문입니다. 성공하는 사업가는 다들 제각각이기에 성공의 방법을 논할 수 없는 것처럼 벤처캐피탈리스트 또한 비슷한 속성을 갖겠습니다만, 적어도 제가 관찰하고 느낀 점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벤처캐피탈은 브랜드 비즈니스 입니다”

벤처캐피탈은 브랜드가 결정합니다. 벤처캐피탈은 좋은 회사를 찾아서 투자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 돈은 commodity에 가깝습니다. 돈이 더 많은 벤처캐피탈이 좀 더 이 게임에 유리한 위치이긴 하지만 (그리고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처럼 게임의 룰을 바꿀 수도 있지만) 대부분 초기 단계 회사를 투자하는 벤처캐피탈들에게 돈이 많고 적음은 변수가 되지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좋은 회사를 일일히 발품 팔아서 찾는게 한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마케팅으로 치면, push marketing이 아니라 pull marketing을 해야합니다. 좋은 창업팀이 나를 찾게 해야합니다. 그러므로 훌륭하고 뛰어난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되기 위한 방법이나 자질을 논하는데 있어, 업의 본질을 브랜드|평판으로 정의하고 이 관점에서 생각과 고민을 진전시켜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정말 뛰어난 창업팀이 나를 찾아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어떤 준비가 되어야 할까? – 가 핵심 질문입니다. 저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Top 5가지를 꼽고 싶습니다.

벤처캐피탈리스트는 직접 특정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주체가 아닙니다. 또한, 정말 훌륭한 창업팀의 경우 언제나 투자자 수에 비해 소수이며, 이들과 함께 호흡해나가며 파트너로 일해나가기 위해서는 똑똑하고 잘난 사람보다는 겸손한 서포터가 적합합니다. 특히 내가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창업자의 말을 잘 들어주고, 회사가 안될 이유를 캐기 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될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주며, 단순히 좋은 사람이 아니라 창업자에 준하는 수준으로 열심히 학습해서 창업자의 좋은 discussion partner이자 훌륭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반면, 좋은 벤처캐피탈리스트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1.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2. 듣기 보다는 먼저 말하는 사람
  3. 평가와 판단을 내리는게 직업이라 생각하는 사람

흔히 주니어 벤처캐피탈리스트들에게 보이는 제일 흔한 특성이 바로 ‘지적질’입니다. 투자자로 일하다보면 여러가지 정보를 접하게 됩니다. 한 산업군에서 서로 경쟁하는 회사들의 사업계획서를 받아보기도 하고, 선발주자의 사업계획서를 이미 접해본 뒤에 그 비즈니스의 후발주자를 만날 때도 있습니다. 내가 투자자라는 이유만으로 접하게 된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창업자들의 사업계획에 대해서 충분한 설명이나 이해 없이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것은 사실 굉장히 부끄러운 일입니다. 진짜 미래는 알고 있는 정보의 양이 아니라 실행하는 사람들의 의지에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내가 만약 상장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이라면 해당 회사의 창업자나 최고경영진을 만나지 않고/못하고, 시장에 나와있는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수 있습니다. 그 때에는 말 그대로 intelligence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왜냐면, 내가 관심 있는 회사의 주식은 언제 어느때에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accessible). 하지만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사람이라면 이 accessibility에서 절반 이상이 결정됩니다. 훌륭한 창업팀은 언제나 돈에 비해 희귀한 자산이며, 따라서 이런 창업팀이 함께 연을 맺고 싶은 투자자가 되는 것이 똑똑한 것보다 우선합니다. 바꿔서 얘기하면, 내가 누구보다도 똑똑한 사람이라 해도 지금 강남 오피스텔 어딘가에서 도원결의를 통해 사업을 시작한 스타트업을 찾는게 개런티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아주 진부하지만, 좋은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되려면 우선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성격 좋은 옆집 아저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청과 긍정적 사고, 그리고 빠르고 많은 학습을 통해 훌륭한 창업팀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 가능성이 있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About 패스트트랙아시아 박지웅 대표

現 패스트트랙아시아(컴퍼니빌더형 스타트업 지주회사), 패스트캠퍼스(에듀테크), 패스트파이브(부동산), 패스트인베스트먼트(금융,투자) 대표 / 헬로네이처, 푸드플라이 매각

前 스톤브릿지캐피탈 투자심사역

* 스톤브릿지캐피탈과 티켓몬스터, 패스트트랙아시아에서 40여 개 기업 설립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한편 투자까지 집행 주도. 그 기업중 12개 기업 매각 성사.